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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님! 대범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 관리자
  • 2014-10-27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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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 전북지역의 자동차부품제조 금속노조 전임자에게 전화 한 통을 해야 했다.

(나) "현 대표이사님이 모기업으로 물러나고 공장장님이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한다는 말을 노무사가 했다고 사무장님이 대표이사님께 말했다는 게 맞습니까?”

(조합전임자) "안 그랬어요.”

(나) "대표이사님은 사무장님이 노무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던데요?”

(조합전임자)“내가 노무사씨한테서 뒷통수 치는 걸 배웠잖아!”

(나) “그런데 왜 반말하세요? 그리고 제가 무슨 뒷통수를 쳤다고 그래요?”

(조합전임자) “그럼 노무사씨도 반말 해! 노무사씨가 내 뒷통수쳤잖아!”

(나) “제가 정말 뒷통수쳤다고 생각하세요?”

(조합전임자) “그래 노무사씨가 내 뒷통수 쳤잖아!”

(나) “그럼 뒷통수 진짜로 칠테니 한 번 맞아봐!” 라며 전화를 끊고 씩씩거리며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는데, 3분 후 그 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조합전임자) “노무사님! 대범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농담한 걸 가지고 마음이 상하셨습니까? 기분 풀리시면 커피한 잔 하시죠?”

이런 실랑이의 발단은 이렇다.

2010년 임단협을 체결한지 1개월이 되는 여름휴가철.
조합에서 하기휴가 때 특근수당을 현 통상임금의 150%에서 300% 로 인상해 달라고 해서 회사가 현행 단협대로 하자고 하자, 조합에서 단체행동을 하려 한다는 급박한 연락이 회사로부터 왔다.

나는 노사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조합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하기휴가 특근수당 현 150%에서 300%로 인상하는 방안을 교섭기간에 요구하지 왜 임단협이 체결된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요구하는가? 이런 단체행동은 평화의무 위반에 해당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조합전임자 2명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 조합전임자 2명 중 한 분은 내게 “이 번 임단협 교섭기간 중에 조합의 요구안이 너무 많아서 하기휴가 때의 특근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깜박 잊어 버렸다.”라고 했고, 조합전임자 중 조합 대표자는 “노무사도 선수고 나도 선수이니 서로 갈길 갑시다.”라고 했다.

난 “교섭기간 중에 회사에 요구할 사항을 조합에서 깜박 잊어 버렸다면, 그건 다음 단체교섭 때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라고 말했더니, 조합전임자 2명은 내말이 성가신듯 “우리는 절대 후회 안할 테니 선수끼리 서로 갈길 갑시다.”라고 했다.

난 조합전임자들을 설득하다 지쳐서 “그러면 나중에 서로 후회하지도 말고 딴 소리 하지 않기로 합시다.” 라는 말과 함께 예를 갖춰 인사하고 조합사무실을 나왔다.

그 후 조합은 예정된 쟁의행위를 9시간 단행했고, 난 불법쟁의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를 했다. 아울러 모든 노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사합의서 초안을 작성하여 조합전임자에게 제시한 후 내가 작성한 노사합의서 초안대로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난 모든 노사분쟁사항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조합전임자 한 명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현 대표이사님은 첫째 아들만 친자이고, 둘째와 셋째 자녀는 입양된 자녀입니다. 요즘은 부모가 친자식도 버리고 친자식이 부모도 버리는 무서운 세상이 아닙니까? 대표이사님은 내가 아는 크리스찬 중에서 가장 착하고 인간적인 분입니다. 대표이사께서는 조합에서 근무시간 중에 조합활동하겠다고 회사에 통보만 하면 무조건 회사에서 유급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을 조합에서 너무 자주 이용하는 바람에 그때마다 생산라인이 중단되고, 거래처 완성차 생산라인까지 중단될 까봐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착하신 분을 조합에서 계속 힘들게 하시면 대표이사께서 모기업으로 옮기고 공장장님이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듯이 대표이사님이 회사에 계실 때 조합에서도 대표이사님을 너무 힘들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후 2명의 조합전임자들과 25명의 확대간부들은 비상회의를 소집해 3시간 동안 자체 논쟁 끝에 노사분쟁 해결을 위한 나의 노사합의서안에 연대 서명했다.

난 예전에 조합전임자들의 뒷통수를 친 적이 절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방식은 결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4년이 지나도록 그 분이 커피 한 잔 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대범하고도 뒤끝 없는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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