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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

  • 관리자
  • 2021-06-17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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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

2008년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6개월간 파업투쟁을 벌였던 민주노총 A사업장의 회장님은 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어느 여름날에 내게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말을 했다. (그 당시 대구・경북지역 동종업계 랭킹 2위였지만, 현재는 1위 업체임)

회장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함께 있었던 사장님(회장님의 2세)은 내게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시라는 회장님 말씀 잘 들었지예?”라고 대구 사투리로 말을 했다.

26년차 노무사 활동을 해오면서 나에게 “회사를 망하게 하든 살리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말을 했던 회사의 오너는 딱 한 분 밖에 없었다.

내가 그 회장님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오너의 말은 그 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참 듣기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기에 그리 좋아할 일도 아니다.

집단 노사분규 해결을 위한 노사전략의 수립, 실행, 노조와의 마무리 협상까지의 각 단계에서 노무사가 단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날에는 멀쩡한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난 집단노사관계 일거리가 들어오면 일이 끝날 때까지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또 어떤 날엔 한 밤중에 운전대를 잡고 동해 바닷가로 달려가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노무사가 일처리를 잘못해서 멀쩡한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소문이 나면, 동종업계와 인근지역에서 노무사가 설자리는 없어진다. 그만큼 노무사의 오판으로 인해 회사가 입게 될 재산상 손실액은 실로 막대하다는 말이다. 난 2012년도에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상무이사로부터 이전의 자문계약노무사로 인해 200억 손실을 봤다는 얘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비슷한 말을 다른 업체로부터도 들었던 사례가 좀 더 있다. 

이런 점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노무사에게도 집단노사관계 업무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무사들은 노조 파업, 직장폐쇄, 정리해고, 구조조정, 노사협상에 대해 외부에서 컨설팅만하는 것을 선호하고, 노무사가 직접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서 모든 일처리를 하는 것을 꺼려한다. 다수로부터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아니면, 노조파괴 등 불법컨설팅이 적발되어 큰집에 갈 수도 있다는 이유가 있겠지만, 난 노무사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컨설팅만 하면, 노사전략의 실행업무는 회사 관계자가 직접 수행하니까 노무사는 노사전략의 실행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되고, 그러면 자문회사와의 계약기간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난 집단노사관계 관련 업무를 위임받으면, 회사의 오너, 임원진, 인사노무팀을 대신하여 전면에 나서서 모든 노사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노조와의 협상을 벌이고, 노사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한 마무리까지 한다. 다수로부터 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단 한 번의 판단실수로 평생 쌓아온 경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업상의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머리 싸매고 짠 노사전략을 회사 관계자들이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제대로 실행업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어도 나는 노무사가 컨설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는 원망을 듣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노사분쟁 해결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회사의 오너와 임원진들은 나에게 노사분쟁 해결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써준 이후에도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문제까지도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요구해 오는 경우가  참 많았다.

이럴 때 난 나의 열정이 한 순간에 식어버리는 걸 느끼며 오너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왕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에게 왕의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으로 검을 하사합니다.

전쟁터에 있지도 있는 왕이 전쟁터에 있는 장수에게 공격하라, 방어하라고 지시하는 일을 병법에서는 왕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로 봅니다. 전쟁터에 있는 장수는 전쟁의 성패에 대해 자신의 목숨을 겁니다.”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그 회장님과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회장님 말씀 잘 들었지예?”라는 그 사장님은 참으로 현명한 오너의 자질을 가졌었던 분 같다. 우둔한 오너는 하늘 두 쪽이 나도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난 그 회장님의 뜻에 따라 내 맘(스타일)대로 일처리를 했지만, 그 회사를 말아 먹지 않았다.

내가 회사를 말아 먹지 않아서였는지 그 회장님은 오른팔 골절로 깁스를 했음에도 대구에서 구미까지 왼손으로 직접 운전해서 내가 입원했던 병실에 동양란을 사들고 병문안을 오셨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회장님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를 믿고 “공장 말아 먹든 말든 노무사 맘대로 하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혜안을 가진 오너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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