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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 관리자
  • 2014-10-13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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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공인노무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조차 모르는 구미공단의 맨땅에서 난 산업재해 사건으로 기반을 잡았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직업병에 걸린걸 확실히 알았다.

자동차로 275km 떨어진 인천 작전동, 269km 떨어진 인천 만석동, 252km 떨어진 인천 남동공단, 230킬로 떨러진 군산을 매주 운전하다보니 근골격계 질환이 자연스레 생겼는데, 이 건 내 경우엔 산업재해 축에도 못 낀다.

장거리 출장일정을 앞두고 있는 날엔 항상 불면증에 시달린다. 밤새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노사전략을 짜거나 내일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익일 장거리 출장지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새벽에 라면 끓여 먹고 밤새워 운전 해 기어코 인천, 군산 출장지로 새벽시간대에 미리 도착해 대기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남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동차 시트를 눕혀 잠을 잘도 자던데, 난 예민한 성격 탓에 침대에 눕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못자는 성격이다.

한 번은 올해 1월 수도권 지역에 새벽눈 예보를 굳게 믿고, 중부내륙고속도로 산악구간인 괴산, 충주구간과 영동고속도로 여주, 용인구간의 새벽 빙판길을 피하고자 밤 11시에 인천 노무부장님에게 전화하여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남동공단에 있는 회사에 도착할 예정이니 회사 정문 경비원에게 미리 전달해 달라고 전화했었다.

밤 11시에 라면 끓여 먹고 샤워한 후에 밤 12시에 구미 집을 출발해 새벽 3시 반에 인천 남동공단에 도착했다. 일기예보는 엉터리였다. 인천 남동공단에 도착할 무렵에는 눈발만 조금 날렸을 뿐 도로에는 눈이 전혀 쌓이지 않았다.

구미에서 3시간 반을 밤새 운전해 새벽 3시 반에 인천 남동공단 업체에 도착하여 야전침대를 임원실에 펴고 1시간이라도 잠을 청하려고 하니 경비원이 임원실로 날 찾아와 자신이 먹으려고 싸왔던 몹시 굵은 김밥 두 줄과 사발면을 내게 건냈다. 나도 아침으로 컵라면 가지고 왔다고 하며 김밥을 여러번 거절해도 그 경비원의 김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경비원이 내게 건내 준 굵은 김밥 두 줄을 아까워 다 먹고 나니 배불러 야전 침대에 누워도 정신만 말짱했다.

그날 오전 7시 50분에 노무부장님이 출근하더니 웃으면서 임원실에 있던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매번 회사가 금속노조에게 졌는데, 올해는 회사가 분명히 이길 것 같다.(회사의 노사프로젝트가 성공할 것 같다는 완곡한 표현임)” 라고 하셨다. “왜요?” 라고 몯자, 그 노무부장님은 “노무사님이 구미에서 밤새 운전해 새벽이면 회사에 도착하는 그 열정만 보면 알 수 있다. 경비원이 새벽 3시 반에 렉스턴W 회사에 떴다는 문자보고를 해왔다.” 라고 했다. 그 노무부장님의 예언대로 난 노사프로젝트를 합법적으로, 도의적으로 깔금하게 처리를 했다.

9월에는 다음 날 오전 9시경에 인천 작전동의 거래업체 오너와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전 날 밤 뉴스에 익일 새벽부터 중부지방과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보통 3시간 30분 걸리던 거리를 폭우가 내리던 문경부터 4륜구동시속 80km로 운전해 꼬박 5시간 걸려 오전 8시 30분에 인천 작전동에 도착했었던 적이 있다.

어떤 날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여주 JC로 나가 영동고속도로 진입하여야 하는 것을 이런 저런 노사전략을 구상하다 여주 JC를 그냥 지나쳐서 다시 돌아 온적이 있었다.

거래처와 약속한 시간에 미리 도착해 대기해야 한다는 생각과 내가 떠 맡은 노사프로젝트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집착이 내 직업병의 원천이다.

난 밤새워 운전해 새벽에 인천, 군산 거래처 회사에 도착할 때면 항상 사무소 여직원에게 문자를 이렇게 보낸다. “00씨, 잠 못자고 밤새 운전해 새벽에 00업체에 도착했는데, 혹시 나 쓰러지면 꼭 산업재해 처리 해 달라.” 라고.

2000년 7월 1일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땐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임의로 가입신청을 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산업재해보상의 혜택이 주어졌다.

난 개정법 시행일인 2000년 7월 1일 첫날에 전국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의 사업주 중 가장 먼저 산재보험 가입신청을 했다.

요즘도 사무소 여직원에게 산재보험 신청해 달라고 부탁하는 문자를 항상 보낸다.

앞으로도 나의 이런 직업병을 치유할 마땅한 치료법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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