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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무사 같은 사람이 국회로 가야돼

  • 관리자
  • 2021-06-23 1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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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무사 같은 사람이 국회로 가야돼!"

 

대구・경북에서 성인(80년 이전출생자)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유지였던 A회장님이 2012년 내게 한 말이다. 수도권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도권역안에서도 그 회장님을 아는 분들이 참 많았다.

A회장님은 내게 “000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내가 잘 아는 데, 내가 김 노무사를 000당 국회의원 공천후보로 추천을 해 줄게”라고도 하셨다. 경상도에서는 000당 공천만 받으면, 장대(작대기)를 땅에 그냥 꽂아 두어도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보고 찍는 게 아니라, 000당을 보고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런가 보다. 다른 일부 지자체는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회장님이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왜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2012년 이 회장님이 경영하던 사업체에 민주노총 노동조합이 설립되었고, 난 회장님으로부터 노조와의 단체협상과 노사분쟁 해결업무를 위임받았다. 그런데, 이 회장님은 첫 날 아침부터 점심도 안 주고 몇 시간동안이나 줄담배를 피며 나와 노동조합 대응문제로 격렬한 논쟁을 많이도 벌였었다.

난 첫 날 회장님께 나와 회장님이 서로 코드가 안 맞으니 일 못하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장님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오니 회장님의  아드님이 날 붙잡으려고 따라 나오기도 했었다.

회장님과 나의 장시간의 격렬한 논쟁을 지켜보던 임원(회장님을 30년간 모셨다는 분)은 내게 “우리가 회장님 말씀하실 때 토를 달면, 조인트(정강이) 까이고 재떨이 날아오는데, 김 노무사가 토를 달면 회장님이 꾹 참으시는 걸 보니 신기하다. 김 노무사가 처음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난 늘 그래왔다. 나를 수임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불쾌할 수 있는 말이라도 꼭 해야 할 말은 해왔다. 잘릴 것 각오하고....,

 

그러다가 회장님은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나와의 논쟁을 하지 않으시고, 나를 그냥 지켜보기만 했었다. 나와의 논쟁을 포기하셨던 것이다. 그 때는 회장님이 많이 아프신 줄 정말 몰랐었다.

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42명의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심판사건 전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내가 내일 사건에서 패소하면 회장님의 사업체는 벼랑 끝으로 떨어지게 될 테고, 회장님은 나를 얼마나 원망할까라는 생각에. 

다음 날 난 혈압 156mmHg까지 오른 상태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외압과 싸워가며 투쟁적으로 변론을 했다. 

그 일이 있었던 며칠 후, 인천 자문사 임원과 바닷가 횟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에 그 당시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42명에 대한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해 합의해 줄 수 있느냐고...

난 단번에 거절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야당이었던 5∼6명의 유명 국회의원들(집권당이 된 후 대선 후보자, 국무총리, 장관, 원내대표로 되신 분들임)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공연히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 게 너무나 부당하였기 때문이었다. 

회장님이 내게 국회로 가라고, 000당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원장에게 후보 추천해주겠다는 말을 한 건 아마도 내가 겁 없이 유력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압박에도 굴하지 않아서였든지 아니면, 회장님 말씀에 토를 달았던 것 때문인지 둘 중에 하나이지 싶다.

 

회장님은 돌아기시기 딱 1주일 전에 투병 중이셨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내게 “김 노무사한테 내가 양주 한 병 사줄게”라는 전화를 하셨다. 내가 회장님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회장님, 병원 진료나 잘 받으세요.”라고 대답하자, 회장님은 “김 노무사는 양주 마시고 난 흰죽 먹으면 돼”라고 하셨다.

1주일 후 난 장례식장에서 회장님의 명복을 빌었다.

 

20대, 30대에 난 공인노무사로서 부패한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참 많이 느꼈었다.  그래서 청춘시절엔 대한민국을 바꾸려고 국회로 갈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 맞선 보는 자리에서도 서슴없이 썩어빠진 대한민국을 바꾸러 국회에 가야겠다는 말을 했었다. 맞선녀에게 차이면서도, 계속 이런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이젠 버렸다. 내가 국회로 갈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내가 국회에서 날 뛴다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될 턱도 없고. 그것보다도 표를 받기 위해서라면, 유권자에게 뻔뻔한 거짓말을 잘도 하면서도 얼굴이 하나도 빨게 지지 않을 능력이 내겐 전혀 없기 때문이다.

 

"회장님,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면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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